좋아요는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 SNS 무반응 챌린지 7일 간의 관찰일지

1. ‘무심코 눌렀던 좋아요’가 내 하루를 삼켜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무의식처럼 휴대폰을 들고 인스타그램을 켰다. 지인들의 셀카, 퇴사 후 제주살이 브이로그, 예쁘게 데코된 도시락, 말도 안 되는 몸매의 필라테스 강사까지.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게시물마다 ‘좋아요’를 눌렀다. 마치 나도 그 라이프스타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착각을 주는 행위였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이건 정말 내가 좋다고 느껴서 누른 걸까? 그냥 버릇인가?’
그래서 시작했다. 7일간 ‘SNS 무반응 챌린지’. 조건은 단 하나였다. 좋아요, 댓글, 공유, 저장 –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기.
생각보다 불편했다. 특히 첫 3일은 손가락이 먼저 반응했다.
마음은 ‘좋아요 누르면 안 되지!’라고 외치는데, 손가락은 이미 하트를 눌렀다. 반사신경 수준이었다. 심지어 다시 좋아요를 취소한 적도 있다.
이제껏 수천 개의 포스트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며 살아왔다는 걸 실감했다.
이 실험이 불편했던 건, ‘좋아요’라는 행위가 내가 누군가에게 존재감을 표시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없자 소통이 끊긴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깨달았다.
나는 타인의 일상에 감탄하면서 내 하루를 방전시키고 있었다.
좋아요 하나 눌러주는 게 나를 소모하고 있다는 자각은, 꽤 강렬했다.
그 이후로 나는 좋아요를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이건 진짜 나의 감정인가? 아니면 외로움, 피로, 혹은 그냥 습관인가?
2. 무반응의 여백 속에서 진짜 내 감정이 들리기 시작했다.
좋아요를 안 누르기 시작하니, 처음엔 ‘비정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친구의 여행 사진을 보고도 반응하지 않고, 고양이 영상이 귀여워도 멈칫했다. 피드에 올라온 브랜드 협찬 광고도 넘겼다. 무반응을 유지하는 건 생각보다 감정노동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하루가 길어지고, 머릿속이 조용해졌다.
‘이거 좋다’, ‘부럽다’, ‘이건 나도 해야겠다’ 같은 감정들이 일어나지 않자, 내 감정의 중심이 나에게로 돌아왔다. 피드 속 타인의 하루에 올라타지 않게 된 것이다.
무반응 챌린지 4일 차부터는 조금 달라졌다. ‘나 오늘 어떤 감정을 제일 많이 느꼈지?’라는 질문이 생겼다. 그래서 다이어리 한 구석에 짧게 적었다.
- 오전: 출근길 지하철에서 졸림
- 점심: 직장 동료가 사과해서 약간 뿌듯
- 저녁: 퇴근길에 본 노을 보고 마음이 편안
SNS 감정 소모가 줄자, 진짜 내 감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엔 무의식적으로 비교하며 기분이 널뛰기했는데, 이제는 그 널뛰기를 잠시 멈추게 된 느낌이다.
SNS 피드는 분명 자극적이고 화려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진짜가 아닐 수 있다. 무반응이라는 쉼표는, 내 감정을 확인하는 중요한 여백이었다.
3. 외부 피드백 없이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믿게 되었다.
좋아요를 안 누르며 사는 7일간, 나는 다른 반응도 의도적으로 줄였다. 내 게시물도 올리지 않았고, 타인의 댓글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자 어쩐지 혼자인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됐다.
예전에는 SNS에 ‘갓생 인증’이라도 하나 올려야 하루를 잘 산 기분이 들었다.
그 ‘좋아요 수’가 곧 나의 가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실험 동안은 나의 하루를 오롯이 나만 알고 지나갔다.
누구도 나를 칭찬해주지 않았고, 아무도 나를 부러워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하루를 열심히 살았고, 밤에 잠들기 전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도 잘 버텼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외부 피드백 없이도 내가 괜찮다는 확신이 생기니, 아주 조용한 자존감이 자라났다.
SNS에서의 ‘무반응’은 결국 내게 이런 질문을 남겼다.
“좋아요가 없으면, 나는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그리고 나는 답할 수 있게 됐다.
“나는 나만의 속도로 괜찮게 살아가고 있다.”